1. 우리나라 교과 외 활동 교육과정의 변천



  우리나라의 초·중등학교 교과 외 교육과정은 '교수요목'의 시기 이후 제1차 교육과정부터 제5차 교육과정까지는 '특별활동'이라는 영역을 통해서 교과 외 활동을 편성하고 운영하였으며, 제6차 교육과정 이후부터는 특별활동과 재량활동이라는 2대 영역에서 교과 외 활동을 편성하여 운영하도록 하였다.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영역별·시대별 교과 외 교육과정 변천 과정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특별활동 시기



(1) 교수요목 시기의 특별활동(1946~1954)


  교수요목 시기에는 특별활동과 관련한 문서화된 내용이나 '특별활동'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지 않았다. 다만 학교 교육에서 특별활동과 관련된 활동을 '교과 외 활동'으로 규정하여 학교 교육에서 정규 교육과정으로 도입되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교 정규 시간 이외의 학습으로 규정하고 있어 학교 정규 교육에 도입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 제1차 교육과정의 시기(1954~1963)

  제1차 교육과정기의 교육과정은 교과와 특별활동으로 편제되었으나 교육과정의 각론에서 각 교과의 교육과정만을 제시하고 특별활동에 대한 교육과정은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시기의 교육과정을 '교과과정'의 시기라고도 한다. 문교부령 제35호(1954.4.20)로 공포된 각급 학교의 '학교 교육과정 시간 배당 기준령'의 총칙 제6조에서 특별활동을 '교육목표 및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교과 이외의 기타 교육활동'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특별활동의 내용으로는 초·중·고 구분 없이 학교급별 활동 내용을 포괄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제시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편, 2010: 17-18).



① 집회, 기타 민주적 조직하에 운영되는 학생활동에 관한 것

② 학생의 개인 능력에 의한 개별 성장에 관한 것

③ 직업 준비 및 이용 후생에 관한 것

④ 학생의 취미에 관한 것



(3) 제2차 교육과정의 시기(1963~1973)


  제2차 교육과정의 시기에는 교육과정 편제를 교과 활동, 반공·도덕 생활, 특별활동의 세 영역으로 구성하여 특별활동 교육과정 구조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었다. 또한 특별활동의 영역을 학급 활동, 학생회 활동, 클럽활동, 학교행사의 네 영역으로 구분하고, 특별활동 교육과정의 제시에서도 목표, 활동의 예, 지도상의 유의점으로 나누어 제시함으로써 특별활동이 학교 교육과정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이 시기의 특별활동은 학교 교육의 일반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필수 불가결한 학교의 정규과정으로 교육과정의 중요한 영역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특별활동의 지도에 있어서는 아동들의 자주적인 생활을 중시하고 자주성을 기르는 데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교육과정의 총론에서는 특별활동의 영역을 그 성격상 활동 범위로 보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다.



① 학생의 개인 능력에 따른 개성 신장에 관한 것

② 개인의 취미 향상에 관한 것

③ 직업적 요구에 응할 수 있는 특수 기능에 관한 것

④ 민주적 집회 운영과 생활 태도의 양성에 관한 것



  제2차 교육과정 시기에는 1968년 국민교육헌장의 선포에 따라 1969년에 제2차 교육과정이 부분적으로 개정되어 도덕교육과 특별활동의 강화를 단행하였다. 그 내용으로는 특별활동에 대한 시간 배당이 중대하여 전체 시간에 대한 비율 표시를 주당 2.5시간 이상으로 개정하였고, 특별활동의 목표와 내용을 보완하였다. 특별활동 영역은 학급 활동, 학생회 활동, 클럽활동, 학교행사의 네 가지로 구분하여 이를 토대로 특별활동의 목표, 내용, 운영상의 유의점을 제시하였으며, 교육과정의 체제와 구조를 체계화하여 교과 외 활동으로서의 특별활동을 교육과정으로 강화하였다.



(4) 제3차 교육과정의 시기(1973~1981)


  제3차 교육과정 시기에는 교육과정을 교과 활동과 특별활동으로 구분하여 편성하였다. 제2차 교육과정기 때 1969년 부분 개정 시 일부 확대 편성한 특별활동의 시간 수를 축소 조정하였다. 또한, 학교행사에 필요한 시간 운영은 배당된 시간 이외에 학교장의 재량으로 학교와 지역의 여건에 따라 적절히 확보하여 운영하도록 유의점을 제시하여 특별활동을 위한 시간 확보에 융통성을 부여하였다. 특별활동의 영역은 학급 활동, 학생회 활동, 클럽활동, 학교행사의 4영역으로 구분하였고, 전 학년 모두 '학급 활동'에 최소한 주당 1시간 이상의 사간을 고정적으로 배당하도록 하였고, 고학년에서는 '클럽활동'에 최소한 주당 1시간 이상의 시간을 배당하도록 하였다. 특별활동의 영역별 지도 목표, 지도내용, 지도상의 유의점을 제시하였으며 영역별 활동 내용은 교과 활동과의 관련 아래 운영하고 세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하여 신축성 있게 운영하도록 유의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모든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자축성 있게 운영하도록 유의점을 제시하였다. 또한, 모든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강조하고 활동 실적과 성장이 구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각 활동 영역을 고려하여 특별활동의 목표와 내용을 포괄적으로 제시하였다.


(5) 제4차 교육과정의 시기(1981~1987)

  제4차 교육과정 시기의 교육과정 편제는 제3차의 교육과정에서와 같이 교과 활동과 특별활동으로 편성하였다. 특별활동 영역으로는 제3차 교육과정기의 4대 영역이었던 것을 학급 활동과 학생회 활동을 통합하여 학생회 활동, 클럽활동, 학교행사의 3대 영역으로 편성하였다.

  이 시기의 특별활동 목표는 포괄적인 목표로 구성되었는데, 하나의 총괄 목표에 네 개의 하위목표를 제시하여 활동 영역에 따른 지도 방향을 분명하게 설정한 것이 특징이며, 제4차 교육과정기의 특별활동 목표는 목표체계가 명확하게 제시되기 시작하였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④ 교육 관료
  교육은 공공의 중요한 사업이므로 어느 나라나 교육 관료들은 장학, 교과서에도 등을 통해 교육과정 업무를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과정기획과에서 교육과정을 개정하는 기획을 하고 추진하는 주체가 되고 있다. 결국 소수의 교육 관료들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 수준이 교육과정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왜냐하면 교육 관료들이 국리민복에 대한 혜안과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교육과정 기준의 질은 점점 높아질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교육 발전에 걸림이 된다. 국가교육 과정 기준은 학교의 현실에만 맞추면 늘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학교의 현실을 넘어 많은 학교에서 모든 학교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노력하면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높여 두면 교육 현실을 개선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에서 국가교육 과정 기준을 잘 관리하는 교육 관료들의 교육 과정적 문해력은 우리나라의 교육 발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⑤ 학생

  학생들은 교육과정의 제1 수혜자들이다. 대학교육과 달리 초/중등교육 기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는 작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자기 잠재력을 발현하고, 나아가 적성에 맞는 진로를 개척하고자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와 여망에 바탕을 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상품과는 달리 배워야 할 대상, 알아야 할 대상으로서 교육과정은 미리 알아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학생들은 소질과 적성, 관심과 흥미가 있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고, 발달을 하고 능력이 되어서 잘 할 수 있는 공부를 더 깊고 높게 추구할 수 있어야 하고, 진로에 필요하여 꼭 해야 할 공부의 경우 할 기회를 가져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필요한 학습 기회를 풍성하게 제공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학생들의 교육 과정적 요구를 장기적·체계적·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반영하여 교육과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학생들을 참여시켜서 그들의 요구를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은 요식행위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이다.



⑥ 학부모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대변자들이다. 이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탁한 학교에 대한 발언할 권리를 가지며, 학교 교육을 지원할 의무를 지닌다. 학생들은 대체로 미성숙자들이어서 자신의 교육적 요구를 제대로 주장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는 학부모들도 자녀를 학교에 부탁한 '죄'로 학교에 대해 대체로 저자세를 견지하게 된다.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주로 대학입시에서 자녀의 학교가 좋은 성과를 올릴 것을 요구한다. 일부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에 대해서만 이기적으로 요구를 관철하려고 들 뿐, 공공적 사업으로서 '우리' 아이들에 대한 교육적 요구는 인성교육, 생활지도, 학업 지도, 특기치도, 진학지도 등 광범위하다. 학부모들의 교육 과정적 요구는 학력 신장을 넘어 전인적 교육을 요구하고, 나아가 자녀의 특성과 진로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요구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모든 사람을 위한 기초 기본 교육을 충실히 받을 권리와 나아가 특성에 맞게 진로를 개척하는 데 필요한 교육과정을 접할 기회가 있음을 이해하고 이를 위해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⑦ 일반인

  불특정 다수의 대중이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는 교육계를 넘어 사회 각계각층의 광범한 요구를 청취하여 교육의 변화방향을 설정한다. 이때 참여하는 인사들은 대체로 사회의 여론주도층 인사들이다. 정치 등의 주요 인사들이 교육과정 개발 과정의 초기 단계나 중요한 결과가 도출되는 중간단계, 그리고 최종 개정 결과에 대해 보고받는 각계의 대표자들이 참여하지만, 각자 자신의 본업이 있는 이들이 구체적인 연구개발 과정에까지 지속해서 참여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언론이나 여론,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기대어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익히 알고는 있지만, 교육과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못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교육과정 개발 과정에서 교육의 비전과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여론주도층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3) 교과 교육 과정 기준의 연구 개발



  아래에서는 제7차 교육과정에서 초등학교 통합 교육과정과 영어과 교육과정 개발 과정 및 절차를 통해 교과 교육 과정 기준의 연구 개발 과정을 살펴본다. 물론 실제 현실은 이보다 복잡한 과정과 절차를 거치면서 다방면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하였다고 볼 수 있다.



① 초등학교 통합 교육과정 연구 개발의 실체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1997년 1월에서 10월까지 초등학교 통합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 개발이 이루어졌다(구자억 외 14인, 1997: 8-9). 본 연구를 위한 연구팀은 교육과정 전문가와 교과 전문가, 교육행정가 그리고 현장 교사가 참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초등학교 통합 교육과정 연구에서 사용된 연구 방법은 크게는 관계 문헌의 검토와 분석, 기초 연구 결과의 통합적 수렴 전문가 및 현장 교사 협의회로 나뉜다.

  첫째, 관계 문헌의 검토와 분석: 국내외 각종 문헌 분석 및 교육과정 각론(교과교육 과정) 개발 지침(일반지침과 통합 관련 지침)의 검토 등이 이루어졌다.

  둘째, 기초 연구 결과의 통합적 수렴 및 필요한 연구의 실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개정 요구 조사 연구, 초등학교 통합 교육과정 체제 및 내용구조 방법, 탐색 연구의 실시 등이 이루어졌다.

  셋째, 협의회 및 집중 검토: 협의회는 2가지로 구분되었는데 하나는 연구진 정기 협의회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협의회이다. 통합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연구진 협의회는 통합 교육과정 개정 방향 설정, 체제 및 내용 구조 탐색, 내용 체계 작성과 검토, 단원 구성 및 집중 검토, 시안 작성 및 집중 검토, 통합 교육과정 확정을 위한 확대 협의회로 이루어졌다.



② 영어과 교육과정 연구 개발의 실체

  영어과 교육과정 개정을 위한 기초 연구단계에서는 문헌 연구, 조사 연구, 교육과정 국제 비교 연구, 토의 및 협의의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그 구체적인 연구 방법 및 일정은 다음과 같다

  문헌 연구에서는 첫째, 각종 논문 및 문헌을 조사하여 초·중등학교 영어교육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개인적 요구를 분석, 검토하였고 학습 목표, 내용, 교수-학습 방법, 평가 방법 등의 개발에 활용하였다. 둘째, 영어과 교육과정의 국제 비교에 관한 연구는 의사소통 중심의 실용적인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자료를 수집하여 분석, 연구하였다. 셋째, 우리나라에서 제정 공표한 1945년 교육과정부터 현행 6차 영어과 교육과정을 분석 검토하고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넷째,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 12종, 중학교 영어 교과서 15종,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 17종을 수집 분석하여 교육과정 개발에 활용하였다.

  조사 연구는 주로 설문지 조사에 기초하였다. 조사 대상자는 초·중등학교 학생, 초·중등학교 교사 전문가의 네 집단으로 이루어졌는데 총 4,200명에게 설문지를 보냈다.

  협의 및 토론에서는 영어교육 전문가와 영어과 교사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위해 수시로 면담과 출장, 서면을 통한 조사를 실시하였고, 연구진의 작업에 대한 검토 의견 교육청 관계자들과 영어교육 관련자, 관심 있는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영어과 교육과정 개발의 방향을 검증받고자 하였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에 따르면 제5차 교육과정기까지의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교육과정이었다면, 제6차 및 제7차 교육과정이기는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 교육을 추구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제5차 교육과정기까지의 교육행정은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시도 교육청을 거쳐 학교와 교사에 이르는 획일적 지시와 전달 체제의 형태였으며, 교육과정 행정에서 교육과정 기준의 이념은 오직 교과서의 편찬·공급으로써 교사에게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시도 교육청이나 학교는 거의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제6차 교육과정에 이어 제7차 교육과정에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과정 운영을 직접 지원하는 시·군·구 지역 교육청에도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에 관한 실천 중심의 장학 자료를 작성하여 관내의 초·중학교에 제시하여야 한다는 사항이 제시되었다.

  2007년 개정 교육과정 해설서가 제시하는 제6차 및 제7차 교육과정 기준이 교육과정 중심 학교로 변화를 시도한 것은 주로 학교의 교과목 편성과 시수(단위) 배정 등 교사가 교과 교육 과정 기준에 기초하여 교과를 재구성하고 조정하여 수업을 계획, 실행, 평가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하면, 제7차 및 2007년 개정 교육과정 기준에는 이러한 교과 교육과정 기준 중심 교육을 위한 안내 및 실행에 대한 요소를 찾기 어렵고, 교사들이 교과 교육 과정 기준을 가지고 수업을 계획하거나 실행, 평가한 경우도 매우 드물었다고 한다.

1.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이해와 개발

1) 대한민국의 국가교육 과정 기준의 역사적 변천

교육과정은 국가 등 다양한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다. 교육과정 관련 기준과 지침, 교과서 제도, 시험 제도 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거나 이를 승인할 책임이 교육제도 내에서 최고 의사결정 기관(예:교육부)에 있는 경우는 국가 수준 중앙 집중이고, 도나 주, 자치령 등 지역 수준에서 결정되면 지역 수준 중앙 집중이며, 학교 자체 또는 교사들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는 지방분권이라고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인 국가교육 과정 기준을 연구 개발 고시하고 이에 따라 국정 혹은 검인정 교과서를 배포하여 교육과정을 구현하고 있다.

(1) 교수요목이(1945~1954)

해방과 분단 후 우리나라는 일본식 교육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대한제국 이후 우리 말과 글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였고,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이런 형편은 더욱 악화하였다. 교육을 새로이 건설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말을 정립하고 우리글로 된 교과서를 가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학생을 가르치는 교원들은 일본식으로 교육받은 사람들이었고, 이들은 구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일본식 교육이 사교육에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군국주의적 교육 색채는 세대를 이어 가게 되었다.

1945년 9월 10일 교육에 대한 긴급 조치로 9월 24일부터 수업이 시작되어 우리 말과 글과 역사를 배웠다. 초/중등학교 교과목 및 주당 교수 시수고를 발표하였으나 교과서는 각 학교에서 적당히 마련하여 사용하도록 권고하였다. 교육된 인간의 이 상상으로 홍익인간이 제시되고, 정신과 생활 양면에서 일제 잔재 청산을 강조하였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1949년에 교육법이 공포되었다. 교육법 제155조는 "대학, 사범대학, 각종 학교를 제외한 각 학교의 학과, 교과는 대통령령으로, 각 교과의 교수 요지, 요목 및 수업 시간 수는 문교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였다.

교육과정은 유교적 봉건성, 일제식 군국 성, 미국식 자유 민주성과 자본 주의성 위에 한국전쟁의 상처에 의한 반공설이 가미되었다. 분단과 한국전쟁, 이어진 냉전으로 인한 정치 이데올로기 문제가 교육과정 및 교과서 내용 정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2) 제1차 교과과정이(1954~1963)

전쟁으로 문교부의 교육과정 활동은 중단되었으나 문교부가 각 시도에 연구학교를 지정하고 교육과정 연구를 지원하였다. 1952년 9월 제1차 미국 교육사절단이 내한하여 경험 중심 교육과정에 대한 강습을 실시하였다. 1953년 "교육과정 전체 위원회"가 구성되어 29차례 토의를 거쳐 1954년 4월 20일 "각급 학교 교육과정 시간 배당 기준령"과 8월 1일 초등학교 교사 양성기관이던 사범학교의 "교과과정"이 공포되었다. 교과용 도서 관련 규정에 따라 국정, 검정 교과서를 정규 교과서로, 인정 교과서를 보조 교과서로 하여 1958년까지 외국의 원조로 발간이 완료되었다.

교과과정은 지역 체계 중심이면서도 학생들의 경험과 생활을 존중하기 위하여 생활 중심의 대단원을 지향하였다. 전쟁으로 교사, 교실과 교구 확보가 어려워 내용은 최소 필 수량으로 정선하였고, 전쟁으로 인한 피폐를 극복하기 위하여 반공과 국방력 강화, 도의 및 실업교육을 강조하여 이들 교과목에 총 이수 시간의 30%가 할당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종 학교의 입학시험이 있어서 학교에서는 국어 더 많은 시간을 할당하는 형편이었다.

(3) 제2차 교육과정기(1963~1973)

절대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시기에 군사 정권의 등장으로 교육은 정치, 군사의 영향을 깊게 받기 시작하였다. 1962년부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산업발전을 위한 교육적 뒷받침이 강조되었다. 

교수요목이나 교가 간 연계가 부족한 지적 체계로서 교과과정의 문제를 벗어나, 이때 교육과정은 "학교의 지도 아래 학생들이 가지는 경험의 총재"로 정의되어, 경험 중심 혹은 생활 중심 교육과정이라고 부른다.

교육과정 문서는 보다 체계성을 띠어 총론과 각론으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교육과정 문서의 전반부인 "총론"은 각급 학교에 공통되는 교육과정 개정 취지, 일반목표, 개정의 요점, 각급 학교에 공통되는 교육 고정 개정 취지, 일반목표, 개정의 요점, 각급 학교 교과별 시간 배당, 운영 계획 및 지도상의 유의점을 담고 있다. "각론"은 교과별 시간 배당, 운영 계획 및 지도상의 유의점을 담고 있었다. "각론"은 각 교과과정으로 개정의 요점 유의점 목표 등이 담겨 있다.

교육과정은 교과와 반공도덕과 특별활동으로 삼분되어 구성되었다. 교육과정의 내용은 자주성, 그 조직은 합리성(과학성,계통성,발전성)을, 운영에서는 지역성을 강조하였다. 교육에서는 가난 극복의 경제발전을 위한 실용적이고 생산적이고 쓸모 있는 것을 강조하였다. 결과적으로 중등 단계의 직업교육이 활성화되었고, 그것은 경제발전에 기틀이 되었다.

(4) 제3차 교육과정기

국민교육헌장 선포, 농촌 지역 년의 잘 살기 운동인 근면/자조/협동 정신의 새마을 운동 전개, 1972년 '10월의 유신' 선연 등으로 교육과정은 또 한 차례 개정되었다.

이 교육과정은 정치적으로 유신 과업의 추진, 사회 경제적으로 기술 인력의 양성, 이론적으로 학문 중심 교육과정을 강조하였다. 이 교육과정은 교사들에게 생소했고, 일상용어와 다른 생경한 용어가 많이 사용되었으며, 학생들이 학습해야 할 내용이 과다하고 학습하기 어려웠다 학문 중심 교육과정은 학문구조가 교과목 위주의 분과로 세분되고, 기초 및 일반교육과 전인교육이 소홀히 된다는 점에서 비판되었다.

교육과정 구성 체제가 더욱 체계화되어 총론의 구성이 일반목표와 학교급별 교육과정으로 나뉘고, 구성의 일반목표에 기본 방침과 일반목표(국민적 자질 함양, 인간 교육의 강화, 지식기술 교육의 쇄신)를 제시하고, 학교급별 교육과정에 구성 방침, 편제와 시간 배당, 운영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각론은 교과별로 일반목표와 학년 목표, 내용, 지도상의 유의점으로 구성되었다.

1. 교육내용의 선정

1) 교육내용 선정의 기준

교육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내용과 활동을 선정하고 조직해야 하는데, 이때 교육목표는 단원 목표 이상을 말한다. 수업 계획과 직접 연결되는 수업 목표의 진술에는 내용이 이미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용 선정이 목표를 달성하고 위한 것이기 떄문에 목표에 따라 내용을 선정하면 되지만, 내용 선정에서는 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어떤 내용을 선정할 것인가의 기준이 중요하다. 이경섭은 교육과정 선정의 준거로서 중요성 적절성, 유용성, 학습 가능성, 흥미 등을 들고 있다. 김인식과 최호성은 교육목표 관련성, 학습 내용의 타당성, 학습 내용의 넓이와 폭의 균형성, 학습자의 적절성, 사회적 유용성을 들고 있다. 김대현은 타당성의 원리, 확실성의 원리, 중요성의 원리, 사회적 유용성의 원리, 인간다운 발달의 원리, 흥미의 원리, 학습 가능성의 원리를 들고 있다. 이를 참고로 하고 교육과정 결정의 세 요소를 고려한 교육과정 내용 선정의 기준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사회적 적합성 

교육내용이 사회적으로 적절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적절성이란 그 사회의 전통과 규범에 맞아야 하고, 그 사회의 좋은 전통은 유지하되, 사회가 지닌 결함을 극복할 수 있는 개선책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교육내용은 우리 사회의 정치체제에 맞게 자유 민주정치를 옹호하고 발전시키는 내용이어야 하고, 자유 시민들의 자율성과 권리를 신장시키고 책임과 의무를 다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옹호하고 직업인으로서 권리와 책무를 다하도록 촉구하며, 사회생활인 의 복리를 발전시키고, 문화적 발전단계에 적절한 것이어야 한다.



(2) 사회적 유용성

교육내용이 사회적으로 유용해야 함을 의미한다. 사회적 적합성이 주로 정치적 측면에서 보수적 적응을 강조하는 데 비해, 사회적 유용성은 경제적 측면에서 바 전적 변화를 강조한다. 교과 중심 교육과정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유용성은 학생들이 직무 상황과 기타의 성인 활동에서 학습된 지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에 의해서 판단된다. 사회적 기능 중심 교육과정 설계자들에게 유용성은 일상생활 및 직업적 직무수행에서의 유용성이다. 사회문제 중심 교육과정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내용이 현재 진행 중인 생활과 사회적/정치적 문제와 쟁점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면 그 내용은 효율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한다.



(3) 개인적 유의미성

교육내용이 학습자의 요구를 존중하여 그들에게 유의미해야 함을 의미한다. 교육내용은 학습자의 개인차, 적성, 흥미, 관심, 요구, 학업 및 직업 진로를 열어 주는 것이어야 한다. 학습자 중심의 진영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유용성은 학습 내용이 개개인이 자기 정체성을 정확하게 지키도록 하고, 자기 자신의 생활 의미를 달성하도록 하는 방법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학습 내용은 자신의 인간적인 잠재 가능성 개발을 통해 자아 실현하려는 학습자의 요구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학습자가 학습을 통해 의미와 흥미를 느끼려면 무엇보다 학습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학습 가능성은 학습자의 발달, 능력, 장애 여부 등을 적절히 고려한 내용 최적의 배치와 적절한 조직 및 계열화와 관계된다.



(4) 개인적 효용성

교육내용이 개인의 사회적 쓸모를 충족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의 지정의, 지덕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넘어 경제적으로 능력 있는 직업인, 정치적으로 참여하여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시민, 자신의 취미와 여가를 값지게 보내며 이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생활인, 성인으로서 가정을 꾸려 가고 자녀를 양육하는 가족 성원으로서 구실을 다할 수 있는데 쓸모 있는 교육내용이어야 한다. 개인적 유의미성이 개인 차원에 머문다면, 개인적 효용성은 개인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데 필요한 교육내용 측면을 강조한다.



(5) 지적 중요성

교육내용의 중요성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학습되어야 할 내용은 그것이 교육과정의 전반적인 목적에 관한 기본적인 아이디어, 개념, 원리, 일반화(통칙) 등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동시에 특별한 학습 능력, 기능, 과정, 태도 형성의 개발에도 이바지하는 정도에 따라서만 의미가 있다. 제 I 장에서 언급한 대로 논리적 정합성, 경험적 실증성, 기술적 효용성, 사회적 합의서에, 개인적 덕성, 국제적 교류 성, 예술적 심미성, 신체적 건강을 돕는 교과들이 교과의 성격, 목적을 통해 교육의 일반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내용이 선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과 중심의 설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지식이 학생들에게 반드시 전수되어야 할 것인가에 미루어 유의성을 판단한다. 이에 비해 학습자 중심의 설계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지식이 학생들의 유의미한 경험에 어떻게 이바지하는가에 비추어 유리성을 판단한다. 사회문제 중심의 설계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회적, 정치적, 그리고 경제적 쟁점에 비추어 유의성을 판단한다.



(6) 학문적 타당성

타당성은 선정된 내용의 신빙성이다. 가장 타당하고 사실적인 내용만을 선정 포함해야 한다. 지식과 정보가 폭발하는 시대에 학교 교육을 내용으로 선정된 지식은 곧바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어 버리고, 때로는 부정확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지식이 발전되었을 때는 타당하다고 생각되었던 내용도, 시간이 지나고 상황이 달라지면 오해시키는 결과를, 그리고 최악의 상태에는 허위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세계화 시대에는 다른 문화로 인해 애써 가르친 지식이나 내용이 틀릴 경우도 적지 않다.



(7) 실행 가능성

실행 가능성은 교육과정 입안자가 교수-학습 가능성, 인적 자원, 가용한 자원, 개발자와 실행자의 전문성, 할당된 시간, 적절한 내부적/외부적 지원과 압력 설비, 재정, 정치 사회적 분위기, 현행 법규 등에 비추어서 내용을 선정하도록 한다. 내용 선정은 현재 실제적인 맥락과 여건 속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다른 사회기관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라는 기관이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고유하고 독특한 기능을 수행하는 데 적합한 내용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