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백석의 시 〈여승〉을 읽었다.
절에 들어가 조용히 살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
화자는 그 여인을 보며 옛사랑을 떠올린다.
함께 달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지만,
결국 그들의 관계는 고요하게, 조용하게, 끝나버린다.
슬프고도 아름다우며, 뭔가 말로 설명되지 않는 여운이 남는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오래된 친구이자 지금은 내 팀장이 된 그 사람을 떠올렸다.
죽마고우였고, 한때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알던 친구였지만
지금은 회사에서의 거리만큼, 마음도 멀어졌다.
최근 그 친구에게 일이 생겼다.
가정에 우환이 겹치고, 어머니의 잘못된 경제관념 때문에
감당할 수 없는 빚이 생겼다고 들었다.
회사에서는 여전히 단단한 모습이지만,
나는 알아버렸다. 그 안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걸.
하지만 나는 다가가지 못했다.
같이 앉아 밥 한 끼, 커피 한 잔 하자고 말하는 것조차
왠지 모르게 무례할 것 같고,
혹은 부질없는 위로가 될까봐
끝내 말하지 못했다.
〈여승〉 속 화자는 여인의 사연을 알지만,
그저 그녀 곁에 조용히 누워 있을 뿐
그 어떤 말도, 위로도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이 오늘의 나와 너무 닮아 있었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걱정하고,
말 없이 지켜보고 있다.
어쩌면 나의 무력함이,
가장 조용한 방식의 동행일 수도 있다는 걸
오늘 시를 통해 조금은 받아들이게 되었다.
모든 위로가 말로 되는 것은 아니다.
어쩔 땐 조용히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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